“파월 장병 병사 묘역에 묻어 달라”채 장군 유언
장군으론 처음으로 국립서울현충원 병사 묘역 안장
박근혜 대통령‘유족 뜻대로 해 드려라’최종 결정


 故 채명신장군/ 사진=국방부


“살아서도 영웅이었지만 죽어서도 더 큰 영웅이 됐다.”
부하를 끔찍이 사랑했던‘참군인’채명신 장군
(예비역 중장·육사 5기)이 11월 28일 국립서울현충원 병사 묘역에 잠들었다.
‘나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병사 묘역에 묻어달라’라는 유언에 따라 부하들 곁에 영면했다. 장
군이 병사 묘역에 안장되는 것은 서울 현충원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채 장군은 26.4㎡(8평)의 장군의 8분의 1 크기인3.3㎡(0.9평)의 병사 묘역에 묻혔다.채 장군이 유언대로 병사 묘역에 묻힐 수 있었던것은 관계 당국이 난색을 표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채 장군과 유족들이 원하는대로 해 줘라”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주관 아래 육군장으로 28일 열린 영결식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박세환재향군인회장, 정몽준 국회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채 장군에 대한 묵념과 조사, 추념사, 헌화, 운구 순으로 진행됐다.

권 총장은 조사를 통해“불멸의 군인, 영원한 지휘관, 채명신 장군님 깊이 흠모합니다”라면서“장군은 오로지 위국헌신의 일념으로 국가와 군을 위해 일평생을 바친 시대의 거인이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채 장군이 주월사령관 당시 사령부 경비중대장이었던 박 회장(예비역 대장·학군 1기)은“국민들의 영웅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신세를 많이 진 존경받은 군인이었다”면서“이젠 살아 있는 모습을 볼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하다”고 슬픔을 표했다. 박 회장은“채 장군은 살아서도 영웅이었지만 죽어서도 더 큰 영웅이 됐다” 고 기렸다.

박 회장은“어느날 베트공이 쏜 포탄이 공관 주변에 떨어지고 파편이 사령관 침실 안에 까지 뚫고들어왔다”면서“중대장인 나는 그 사실을 다음날에야 알았다”고 회고했다.

 
최윤희 합창의장(왼쪽)과 커티스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고 채명신 장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있다./ 사진 =합참제공 


박 회장은“부하들이 걱정할까봐 공관 피격 사실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라면서“채 장군은 참으로 통이 크고 참으로 부하들을 사랑하는 덕장이요 존경받은 용장이었다”고 기억했다.
살아서‘참군인’이었던 채 장군은 이제 죽어서도 참군인의 표상이 됐다.
87살 나이로 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채명신 초대 주월 한국군사령관은 자신을 파월 장병 곁인 병사 묘역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27일 고인이 남긴 이 유언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 결과를 유족에게 통보했다.
군 복무를 한 장군이 죽으면 현충원 장군 묘역에 묻힌다. 하지만 강직하고 통 큰 군인이었던 채 장군은 죽기 전에 유족에게 병사 묘역에 묻히길 희망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장군이 병사 묘역에 안장된 전례가 없고 국방부도 난색을 표명하자 부인 문정인씨가 남편의 유언을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로 청와대에 편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런 사연을 전해 듣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고인의 유언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장군 신분으로서 장군 묘역 안장을 포기하고 베트남전 참전 전사자와 함께하겠다는 고인의 숭고한 뜻과 베트남전에서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국립서울현충원 병사 묘역 안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채 장군은 주월 한국군 사령관 당시“100명의 베트공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양민을 보호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던 베트남전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유족들에게 정부의 결정을 공식 전달했다.
김 장관은“채 장군은 군의 정신적 지주”라면서“파월 장병들과 같이 묻히고 싶다고 유언을 남겨 그 유지를 받들기로 했다”고 채 장군을 기렸다.
김형기 서울현충원장은“고인의 묘지와 비석 크기는 일반 병사와 같다”면서“파월참전자 회장을 맡아왔던 고인이 추모행사를 해왔던 2번 병사 묘역에 안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전쟁의 영웅인 고인은 1949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6·25 전쟁에 소위로 참전했다. 1953년에는 미 육군보병학교를 졸업했다.
육군 5사단장과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을 거쳐 1965년 주월사령관 겸 맹호부대장에 임명됐다. 1969년까지 4년 가까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을 지휘했다. 이후 육군 2군사령관을 거쳐 1972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군 복무기간 전투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태극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을지무공훈장 등의 훈장을 받았다.
전역 후에는 스웨덴과 그리스, 브라질 대사로 국가에 공헌했다. 대한태권도협회 초대 회장과 월남전참전자회 명예회장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정인 씨와 1남 2녀가 있다.
세계태권도 본산 국기원의 이규형 원장은 지난 27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채 장군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추서 9단증을 전달했다. 채 장군은 1961년 창립한 대한태권도협회(당시 대한태수도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1964년 4월까지 태권도계를 이끌었다.
이 원장은“채 회장은 태권도 보급과 발전을 위해 공헌했다”면서“채 회장의 태권도를 위한 헌신적인 노력은 태권도 가족들 마음에 영원히 간직될 것”이라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