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서울교대 외래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세계 국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난 세기 우리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나름대로 매우 큰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유엔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노력은 세계평화와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WMD), 그 중에서도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핵무기의 개발을 억제하여‘핵 없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무려 10년간을 끌어오던 서방세계와 이란간의 핵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즉,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들, 그리고 독일까지 합세하여 이루어진 협상에서 핵무기 원료의 생산을 스스로 중단하기로 약속하였다. 그 대신 서방국가들은 그동안 이란에 대해 취해왔던 해외자산 동결, 자동차와 석유화학제품, 금과 귀금속 등과 관련된 수출제재 중단 등 무려 7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이제 이 지구상에는‘핵 없는 세계’의 건설에 장애가 되는 북한의 핵만이 유일한 현안문제로 남아있게 되었고, 이런 소식과 관련하여 국민들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지난 2011년 10월 한 시민군에 의해 피격되어 사망한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당시 카다피는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설득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국민들을 인질로 하여 자신의 독재정치를 지속하기 위한 도구로 핵개발을 추진하다가 결국은 비참한 운명을 맞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6자회담’과 관련하여 그 의장국인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이해관련국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즉,‘우다웨이’중국 외교부의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지난 10월 미국을 방문하였는가 하면 그 다음 달인 11월 초에는 북한을 방문하여 방미결과를 토대로 6자회담과 관련한 협의를 하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하순에는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글린 데이비스’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하여 6자회담문제를 논의하였다. 이렇듯 6자회담 재개문제를 놓고 관련국들간 협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우다웨이’중국측 6자회담 대표는 7개항에 달하는‘중재안’(11. 22)을 내놓았다. 그가 밝힌 중재안은‘행동 대 행동원칙’의 유지와 함께 6자회담 산하‘5개 실무그룹의 가동’등을 포함해 제4차 6자회담 2단계회의에서 채택하였던 이른바‘9·19공동성명’으로 복귀하자는 것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이곳에서의‘9·19공동성명’이란 지난 2005년 9월에 열렸던 회의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그 대신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입각하여 200만kw의 전력을 포함하여 중유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공동성명에서의 합의내용을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를 대면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급기야 2006년 7월에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같은 해 10월에는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결의 제1718호를 채택되도록 하였다. 이후에도 북한은 6자회담 석상에서‘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초기 이행조치를 실현하기 위한 이른바‘2·13합의’및‘10·3합의’등을 받아들일 것처럼 공약하였다.

그러나 외형적, 명목적으로만 이런 합의와 약속을 이행할 것처럼 가장하였을 뿐 내심으로는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가운데‘시간끌기’로 일관하였다.
결국 이런 가운데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2009년 5월에는 제2차 핵실험을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철면피한 모습을 내보였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의 불신감이 팽배하게 되었고, 급기야 북한은 유엔 안보리로부터 연이은 대북 제제조치를 받아안게 되었던 것이다.

국제사회가 더더욱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려웠던 사실은 한반도의 핵문제, 아니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던 6자회담과 관련한 북한당국의 태도와 입장이었다. 즉,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날이 높아가는 가운데 6자회담과 관련하여 북한당국은“이제 두 번 다시 6자회담 탁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가 일쑤였다. 그러다가도 중국의 고위관리가 방북하거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이 강화되면,“재고해 볼 수 있다” 또는“참가를 고려하겠다”등으로 입장을 바꾸기도 하였다.

바로 이런 가운데 북한당국은 핵개발을 위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왔으며, 2008년 6월에는 영변의 5MW‘냉각탑 폭파’라는 가증스런 쇼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이런 북한당국의 오락가락하고 갈팡질팡하는, 갈짓자 입장과 자세는 국제사회의 빈축은 물론이고“더 이상 상대할 수 없는 국가”라는 오명을 스스로 쓰게 하였다.

이번에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 어떻게 해서든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참화를 막으려하는 행보와 관련하여서도 북한에서는 과거와 같이“겉다르고 속다른”이중행보를 예외없이 보여주고 있다. 즉, 조선노동당의 기관지인‘로동신문’에서는 최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비핵화 사전조치 요구’에 대해“우리에게 있어 핵은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 대답하였다. 그리고 이의 연장선상에서“미국이 핵을 대화마당에 올려놓고 흥정을 하는 것은 달을 보고 짖는 개소리와 같은 망발에 불과하다”고 비난하였다.

또한 북한당국은“미국의 핵무기 없는 세계타령은 미국의 핵만이 남아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핵으로 저들의 지배주의적 야욕을 충족시키려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북한당국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핵포기 요구”를 애써 외면하면서 내심으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핵개발에 진력한다면,“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큰 결과”를 멀지 않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지난 시기와 같이 국제사회와 한 합의나 약속을“언제 그랬느냐”하는 식으로 밥먹듯이 파기하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유엔의 회원국으로서,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로서 행세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한동안 북한의 유일무이한 동맹국으로서, 피를 함께 나누었다고 여기고 있는 혈맹국인 중국조차도 더 이상 북한을 지지하고 성원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그 후과는 더욱 엄중하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그야말로 독불장군獨不將軍과 같은 외로운 신세, 고립무원한 외톨이국가로 전락하여 이 지구상에서 어느 한 국가도 상대해 주지 않는 가운데 자멸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북한당국이 취할 입장이나 자세는 비록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유일의 맹방인 중국이 그토록 권고하고 요구하는“핵포기를 통한 정상국가”로 편입되는 것이나, 아니면 지금과 같은‘막가파식’의 만용蠻勇을 통해 정권자체가 괴멸되는 비참한 운명을 스스로 자초하여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다.

전자前者의 경우, 즉 비핵화를 위한 결단을 내린다고 하는 경우에도 과거와 같이‘모양내기’와 같은 속임수나‘대화를 위한 대화’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진정으로 핵개발을 포기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는 가운데 필요한 물자를 제공받기 위해서는‘진정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길만이 자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라 보여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