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20여일 사이에 각종 단거리 발사체 42발을 마구 쏘아대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높였다. 1960년대 옛 소련에서 도입한 프로그(PROG)-7 지대지 로켓까지 긴장 조성에 동원하자 일각에서는 ‘재고在庫 정리’, ‘땡처리’까지 한다고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단거리 발사체의 사거리나 파괴력을 보면 그렇게 비웃을만한 일은 아니다.

북한은 신형 300mm 방사포와 스커드-B 탄도미사일, 240mm 방사포, 프로그-7 로켓 등을 발사했다. 이 가운데 신형 300㎜ 방사포는 개성에서 발사하면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
‘KN-09’로 명명된 300mm 방사포는 지난해 5월 동해상으로 6발이 발사되면서처음 알려졌다. 당시 군은 이 발사체를 신형 지대지 미사일로 추정했으나 며칠 뒤 미국 정찰위성에 대형 발사관 4개가 장착된 방사포와 유사한 장비가 포착되면서 식별됐다.

북한은 300mm 방사포를 운용 중인 중국(WS계열), 러시아(BM-30), 이란(Fajr-5) 중 한 국가에서 신형 방사포 개발 기술을 입수했을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신형 방사포는 최대사거리가 180㎞로 추정돼 새로 건설 중인 평택 미군기지나 계룡대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성 지역에서 발사하면 계룡대가 탄착 지역에 들어간다. 특히 탄약은 ‘이중목적 개량고폭탄(DP-ICM)’을 사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정밀유도장치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군은 러시아제 위성 위치정보 시스템인 글로나스(GLONA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기술을 적용해 방사포 포탄에 유도 기능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군은 107㎜(사거리 8㎞), 122㎜(사거리 20㎞), 240㎜ 등 세 종류의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240㎜의 사거리가 60∼90㎞로 가장 길다.
스커드-B 탄도미사일은 옛소련제 스커드-B를 모방해 생산했다. 1985년 첫 생산을 했고 1987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사거리는 320~340km이고 탄두중량은 1천kg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TM-185(가솔린 20%, 등유 80%) 계열의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문제는 탄두에 있다.
탄두는 마음만 먹으면 생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은 2,500~5,000t 가량의 생화학 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군은 평가하고 있다. 물론 프로그-7 지대지 로켓의 탄두중량도 550kg에 달해 생화학탄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KN-02 단거리미사일만 100여기 보유
북한은 정밀도가 향상된 KN-02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00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군 당국은 'KN-02 미사일에 대한 위협평가'를 통해 북한이 KN-02 미사일의 최대사거리를 170㎞까지로 늘렸으며 미사일도 100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최근 분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래 최대사거리가 120km였지만 수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170km까지 늘렸으며 차량에 장착하는 미사일 발사대(TEL)도 30여대를 실전 배치했다고 한다. 군은 실전 배치된 발사대 규모를 고려해 KN-02 유도탄(미사일)이 100여기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또 GPS(인공위성정보) 유도방식으로 KN-02 미사일의 목표물 명중 오차를 50m 안팎으로 줄이는 등 정밀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KN-02 미사일은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하지 않고 발사되기 때문에 한미 연합감시자산으로 사전에 탐지가 쉽지 않아 더욱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발사 후 3∼4분 만에 최대사거리에 도달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발사 후 15분 이내에 재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KN-02는 북한이 처음으로 고체연료 추진 방식을 적용한 미사일로 발사 준비와 재장전 시간이 짧다”면서 “전방으로 이동시키지 않고도 평택∼원주 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위협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군, 2016년 탄도탄 요격용 PAC-3 실전배치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유도탄을 요격하는 패트리엇 미사일(PAC-3)을 2016년 살전배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3월 12일 김관진 국방장
관 주재로 제7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해 패트리엇 성능개량사업추진 기본전략안과 차기다연장로켓 양산계획안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패트리엇 성능개량은 이미 군에서 운용 중인 PAC-2 발사대의 발사통제시스템을 개량해 PAC-3 유도탄까지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기존 발사대로 PAC-2와 PAC-3을 모두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한다는 것이다. PAC-3 유도탄은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유도탄을 최대 40㎞ 상공에서 직접 타격하는 무기이다. 우리 군이 구축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하층방어체계)의 핵심 타격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방사청은 오는 6월 국외업체를 대상으로 입찰공고를 하고 7월 제안서 평가를 거쳐 12월 중 계약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사거리 70∼80㎞에 달하는 차기다연장로켓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내 개발로 양산할 계획이다. 차기다연장로켓의 사거리는 북한이 운용 중인 240㎜ 방사포(사거리 60㎞)보다 길지만 최근 동해로 발사한 신형 300㎜ 방사포(사거리 150㎞ 이상)에는 못 미친다.
방사청은 “현재 운용 중인 130㎜ 다연장 로켓(23∼36㎞)과 비교해 파괴 효과가 높아 대화력전 수행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사거리가 늘고 정확도가 높아져 적 장사정포를 원점 타격하기 때문에 군 전력증강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C-3 만능이 아니다… 다량으로 쏘면 다 못막아
PAC-3는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탄을 직접 맞춰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미 실전 배치된 PAC-2는 탄도탄 주위에서 폭발해 파편으로 요격하는 파쇄형이다. PAC-3의 명중률은 70%를 상회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렇게 많은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더구나 북한이 이곳 저곳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일시에 다량으로 발사하면 모두 막지 못한다. 이 때문에 SM-3 대공미사일이나 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체계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하층방어체계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편성되는 국방예산 비율로는 그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군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7천400t급의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지스 구축함의 핵심 타격수단인 SM-3(사거리 500㎞) 대공미사일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이지스함 6척(콩고급 4척, 신형 아타고급 2척)에 SM-3 블록1B 대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고, 2018년부터 사거리 1천㎞의 SM-3 블록2A 미사일로 교체해 탄도미사일 방어능력(BMD)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우리 이지스 구축함에는 사거리 148㎞의 SM-2 미사일이 탑재되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제약이 있다. 군 일각에서는 이지스 구축함에 북한의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이 탑재되지 않아 우리 이지스함이 ‘눈’(레이더)만 있고 ‘주먹’(타격수단)은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육·공군, 이스라엘‘아이언돔’체계에 눈 돌리다
군은 지난 2012년 북한의 장사정포와 이동식 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응해 ‘한국형 아이언돔’을 구축을 계획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구축한 미사일방어시스템인 아이언돔과 유사한 요격 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그해 10월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은 아이언돔 계획에 대해 우리 국방비 규모를 볼 때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육군과 공군은 유사시 북한이 장사정포를 발사할 경우 수도권을 보호하기 위한 요격체계(C-RAM) 구축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공군은 2011년에 이 체계 확보를 위한 소요를 요청했고,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12년 체계 구축을 위한 개념연구를 마치기도 했다.
이 체계는 사격통제센터와 탐지레이더, 유도탄 발사대, 통신소 등으로 구성된다. 여러 장소에 유도탄 발사대를 설치,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 날아오는 장사정포 탄을 요격한다는 개념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유사한 요격체계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 2천300억원을 투입, 개발에 나서 2011년에 완료했다. 4개 포대가 설치됐으며 2013년 9개 포대로 늘렸다. 아이언 돔 1개 포대 가격은 560억여원에 이르고 요격용 미사일인 ‘타미르’ 1발은 최소 7천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전역을 방어하려면 13개 포대의 아이언 돔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시 KIDA는 개념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국내 개발에 의한 획득도 대안으로 고려해 볼만하다”고 제안했다.
수도권 지역을 위협하는 북한의 장사정포는 170mm 자주포 6개 대대와 240mm 방사포 10여개 대대로 추정되고 있다. 사거리 54km의 170mm 자주포는 1분당 2발을 발사할 수 있으며, 사거리 60km의 240mm 방사포는 33분 동안 22발을 발사할 수 있다.

요격체계 시급한데 국방예산 증가율 ‘거북이 걸음’
국방부는 3월 6일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을 발표했다. 상비병력을 2022년까지 52만 2천여명 수준으로 11만1천여명을 감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부분 육군 병력을 줄이는 대신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간부 인력을 증원해 전력 공백과 병력 감축에 따른 인력 부족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방예산이 연평균 7.2% 증가율일 때 가능한 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방예산 증가율은 3~4%대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병력만 줄이고 첨단무기 전력화는 지연되어 안보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어 온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12.2% 늘린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12.2% 증액한 8천 82억 3천만 위안(약 141조원)으로 책정했다. 국방예산 증가율은 올해 재정지출 예상 증가율 9.5% 보다 높은 것이다. 또 지난해 국방예산 증가율 10.7%도 넘어섰다. 중국이 강군 육성 및 군 현대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최근호에서 중국이 올해 신무기 구입에 268억 달러, 연구·제작에 107억 달러 등 모두 375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신무기 구입비와 연구·제작비는 2011년 217억 달러와 87억 달러, 2012년 234억 달러와 94억 달러에 비해 많이 증가한 규모다.


우리 군은 현재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를 위한 조건을 평가하고 있다. 연기 조건 가운데 최우선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한국군의 독자 대응 능력 여부이다. 개전 초기 한국군이 미국의 손을 빌리지 않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얼마나 제압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돈을 너무 안 쓰는 것이 문제”라면서 “요격체계 구축은 시급한데 국방예산 증가율은 거북이 걸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