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 같으면 이곳은 화약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다. 전차의 굉음소리가 지축을 울리고 매서운 눈빛의 우리 장병들은 오직 생존과 승리만을 위해 치열한 전투를 치를 터이다. 새로 지어진 훈련통제본부는 이미 유월의 신록을 압도하고 있었다.
여단전투훈련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장 이춘권 준장(육사 39기)을 군사저널에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고, 세계에도 몇 안 되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대의 창설 배경과 의의를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월남전 분석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망자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투참가 횟수에 주목하게 되는데, 최초전투에서 가장 많이 사망하고, 3회 참가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미 해병대 소위의 전투현장에서의 수명은 네 시간이다’라는 말이 나돌았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전투에서 살아남게 되면 이후에는 죽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도입해서 미군은 전투기 조종사 Simulator를 개발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후 지상군에도 도입해서 생겨난 곳이 NTC(국립훈련센터, 우리의 KCTC)입니다. 그야말로 전투하는 곳입니다.
NTC가 창설되고 10여년 뒤에 걸프전을 분석하게 되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전투에 참가했던 많은 지휘관들이 ‘우리는 NTC에서 준비한대로 싸워 승리했다’고 진술했고, 병사들은 ‘실제 전투가 NTC에서 보다 쉬웠다’라고 한 겁니다. KCTC의 의의, 전투훈련의 의의는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에서 전투를 체험하게 되면 전투에서 생존한다는 것이고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있습니다.
그동안 중대·대대급 훈련을 해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성과를 알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간부가 전투를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잘 알다시피, 우리 군에는 실제 전투를 경험한 군인은 없습니다. 6·25전쟁, 월남전에 참가한 선배들은 모두 군문을 떠났고 이제는 그 경험담조차 듣기 어려운데, 이곳에서 실제 전투와 매우 유사한 전투를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전투에서 살아남아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자신감과 자부심이 충만한 상태에서 전투를 준비하는 군대를 생각해 보십시오.
다음으로, 우리 군 교육훈련에 많은 발전을 도모했다는 것입니다. 일대 혁신을 불러 일으켰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전투현장은 냉혹합니다.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수 있고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며, 영하 20도에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쳐 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며칠을 굶고 졸다가 적을 맞이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통신은 끊겨 우리 부대가, 부하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전투를 지휘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냉혹한 전장실상을 체험하고 그 결과를 부대훈련에 적용하고, 병과학교 교육에도 반영하게 된 겁니다. 특히, 지휘관들과 초급장교들까지 모두가 이 훈련에 참가하고 교훈들을 접하면서 평상시 교육훈련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론, 우리 군의 위상을 높혔다는 것입니다. KCTC에서 전투를 체험하고, 교훈을 찾고자 하는 집단은 우리 군 뿐만이 아닙니다. 터키, 아랍에미레이트 등 수십 개 국가에서 다녀갔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주한미군도 이 전투훈련에 참가했고, 이제는 규모를 확대시키려 합니다. 특수경찰 등 안보기관에서도 숱하게 다녀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군사매니아들에게 KCTC는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미 한국은 전투훈련 선진국이며, 국민의 안보의식 제고에도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상급지휘관과 기관의 신뢰와 지원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화전투훈련은 그 성과가 지대하지만, 그 비용과 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효율을 위해 고비용을 감수하면서 지원했고 확실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예산 압박, 병력 감축 등 어려운 여건에서 신뢰와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KCTC 조직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일 것입니다. 우리 군 유일한 조직이라는 것에서 엿보듯, 이곳에서 임무수행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다른 곳에서의 경험이, 지금까지의 지식과 견해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고 보아야 하는데, 오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기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전술교리는 물론 과학화체계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 전투현장에서 훈련부대와 똑같이 행동하면서 관찰하고 지도하기 위한 체력 등을 갖추지 못하면 견뎌내기 힘듭니다. 현역 뿐만 아니라 예비역, 군무원까지 모든 구성원들의 열정이 지금의 KCTC를 있게 했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전문대항군의 역할입니다. ‘敵보다 강하고 지독한 敵’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온몸으로 전투현장을 누비고 실전적 전투상황을 조성했던 부대였습니다. 일 년에 백여명이 정형외과적 이유로 후송되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지독한 대원들이었습니다. 비슷한 능력과 수준의 병사들이었지만 전투만을 치르며 의무복무를 한 병사들, 간부들은 군인 중의 군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전문대항군에서 찾으면 될 겁니다. 지휘관의 명령을 이행하고 임무완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지역부대들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KCTC는 자체의 능력으로 년 20회가 넘는 전투훈련을 통제하고 지원하기 어렵습니다. 공병, 정비 및 보급, 수송 등 주야·휴무일 구분 없이 지원소요가 넘쳐나는데, 내 부대의 일처럼 지원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지원부대 지휘관과 부대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금 여단급 훈련 준비가 막바지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금까지의 중간 과정을 평가한다면 매우 성공적입니다. 실무자 시절 대대급 전투훈련을 준비하고 개시했는데,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여단급전투훈련체계 구축’ 사업은 우리 군 뿐만 아니라 굴지의 기업 등 많은 업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방사청, 육군본부 등은 물론이고 업체들까지 남다른 사명감이 깊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전투훈련에 접목하게 되면, 그 사실만으로도 세계적일 것이며, 자체기술로는 네 번째로 전투훈련체계를 갖게 되는 나라가 됩니다. 아울러, 최고의 열정을 지닌 우리 간부들이 매진하고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과학화체계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최고 수준의 전투훈련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업이 마무리 되고 부대가 확장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결정적 시기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5,000여억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몇 배, 몇 십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여단전투훈련체계가 구축되었을 때의 비젼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당장, 우리 국가와 군의 위상이 높아질 것입니다. 모든 나라는 과학화전투훈련체계를 갖고 싶어합니다. 비용과 기술, 인력의 문제인데 우리는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실 기동 과학화전투훈련체계(Live체계)는 여단급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세계 세 번째로 여단급 전투훈련 체계를 갖게 됩니다. 실 전투를 구현하는 과학적 기술은 미국보다 앞선 분야도 있습니다. 그 전투훈련체계에서 전투를 체험하는 우리 군에 대한 평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방개혁』에서 제시한 ‘정예화·정보화된 과학군’에 이르는 최고의 수단이 될 것입니다.
다음은, 해병대를 포함한 모든 전투부대에 전장실상을 체험하는 기회가 확대될 것입니다. 이미 야전에 전력화되고 있는 중대·대대급 전투훈련과 이곳에서의 여단전투훈련을 체험하게 된다면, 모든 전투원은 생존과 전투기술을 체득하게 될 것이고, 지휘관의 전투지휘능력 또한 한층 높아 질 것입니다. 전국시대 진秦나라에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었던 조趙나라가 탁상공론卓上空論으로 결정적 패배를 당하고 끝내 망했음을 상기할 때, 우리 군의 지휘관과 전투원은 탁상이 아닌 냉혹한 전투현장에서 온 몸으로 전투지휘와 전투기술을 체득함으로써 전투실상을 알고 전투를 준비하는 군대, 전투에서 살아남고 승리하는 방법을 아는 군대가 될 것입니다.
또, 미래를 준비하는 군대가 될 것입니다.
과학화전투훈련 결과 나타나는 교훈은 현재를 가감없이 분석하는 수준높은 도구를 의미합니다. 이 체계가 완성 되었을 때의 분석능력은 개인의 사소한 전투능력 평가에서부터 여단급 제대에 대한 과학적 분석, 교리는 물론 편성, 장비 및 물자 등 제 요소의 평가를 Data로 제시합니다. Big Data가 구축됨으로써 무한한 분석능력을 갖추게 되어 미래 전투발전에 필요한 최고의 자료를 생산해 낼 것입니다. 우리 군은 물론 국가적 수준에서 필요한 자료들도 얼마든지 생산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단 전투훈련을 책임지게 된 지휘관으로서 다짐을 듣고 싶습니다.


내년 후반기부터 KCTC 전투훈련장에는 6,000여명의 병력과 천여대에 이르는 장비가 자유기동하 전투를 하게 됩니다. 단일 훈련장내 세계 최대규모의 부대가 전투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 사명감과 책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큰 영광이면서 벅찬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기필코, 세계 최고의 여단전투훈련체계를 구축하고 성공적으로 개시하겠습니다.‘피를 흘리지 않는, 훈련장의 전투현장화’를 구현함으로써 우리 국가와 군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이것이, 지금 이 순간 군복입고 있는 군인이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투훈련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