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성결대 객원교수
 seokseung333@hanmail.net
지난 2월 12일 국제사회의 거듭된 권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행한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여파는 날이 갈수록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반평화적인 행위를 자행한 범죄당사자인 북한당국은 자숙(自肅)하거나 개전(改悛)하는 정을 내보이기는커녕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한 원색적인 비난의 차원을 넘어 위협공갈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지난 3월 초 북한은 최고사령부 대변인명의의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제2094호와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크게 반발하면서 정전협정 백지화 및 남북간 불가침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한다는 선언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조선로동당의 대남전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는 “남조선괴뢰들이 미국과 결탁하여 우리를 침략하려고 피눈이 되어 달려들고 있다”고 왜곡하면서 “오직 물리적 힘에 의한 결산만이 남아있다”고 위협하였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은 남북사이의 판문점연락통로의 폐쇄에 이어 지난 4월 29일부터는 10년간 남북한간 평화협력의 상징이자 공존공영의 표본인 개성공단에서 우리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정부가 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일방적인 차단조치를 단행하였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전향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려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입각한 대북정책 추진은 적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것”처럼 남북관계의 경색과 교착책임 모두를 “동족대결과 적대적 의식에 환장이 되어 북침전쟁책동에 매달리는 괴뢰역적패당 때문이다”라는 억지춘향식 논리를 내세우면서 우리 정부에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북한당국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날조하는 데 이력이 난 표리부동하고 철면피한 정권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지난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키 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통상적인 방어훈련으로 북한의 주장처럼 북침을 위한 전쟁연습이 아님은 중국이나 러시아조차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호주 등에 대해 이 연습에 참관하도록 요청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 연습이 어느 상대방을 침략하고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만의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안보위험사항”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비하기 위한 것임을 전세계에 명백히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당치도 않은 논리와 구실을 갖다 붙이면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강도 높은 위협공갈을 일삼는 가운데 전쟁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의 김정은정권에 대한 불평불만과 잠재우고 내부결속을 유도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당국은 이런 내부체제결속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아직 30살도 채 되지 않은 김정은의 군사지도자적 자질과 담력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군의 사기진작을 도모하려는 꼼수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북한당국은 “있지도 않은 전쟁위험을 확대하여 마치 전쟁의 불집이 곧 터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전시동원령을 내리는가 하면, “전국 각지 청년들이 조국보위성전에 떨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은 서해상 최전방 부대인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 월내도방어대 등을 잇따라 시찰하면서 “적들을 불도가니에 쳐넣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라, 전선부대들을 비롯한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전략로케트군 장병들이 우리식의 전면전을 개시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변하는 등 모험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런 강경한 김정은의 대남도발 및 전쟁위험 고취발언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어리석은 짓”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외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이렇듯 핵실험을 자행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반평화적이고 국제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를 하는데 이어 ‘막말 퍼레이드’를 하는 것처럼 원색적인 도발발언을 하는 것은 마치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세계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불바다, 쑥대밭” 운운하는 것은 철없는 어린아이가 건장한 체격의 어른을 대상으로 시비를 걸면서 싸움을 하려고 드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에 다름 아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입장이나 정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지원해 왔던 중국이라는 강대국을 내심으로 크게 믿기 때문에 이런 허장성세적인 위협공갈을 일삼아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어떠한가? 얼마 전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체제는 G-2국가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 기능하는 가운데 경제현대화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중차대한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이런 중국이 과거처럼 거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현 정치상황상에서 매우 어려운 일로 간주되고 있다.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국가인 중국은 지금 신강위구르자치구나 티베트자치구 등 소수민족문제 때문에 매우 곤경에 처해 있으며, 여기에 덧붙여 15억 인구를 먹여살려야 하는 민생문제도 그리 녹녹치 않다.
이런 중국이 국제사회의 깡패처럼 사사건건 반평화적이고 안전을 크게 해치는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행위를 일삼고 있는 북한때문에 얼마나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욱이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인 1718호, 1874호, 2087호, 2094호 등에 대해 대놓고 비난하고 있으니, 이들 결의를 국제사회와 함께 합의한 중국의 입장이 어떠하겠는가?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북한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거듭된 권고나 요청, 심지어 특사파견 제안까지 대놓고 무시하고 있으니, 이들 양국의 관계가 과거처럼 혈맹이니, 입술과 이와 같은 순치관계로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릇 어느 국가에 있어서나 최고지도자의 정치이념과 리더십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그 국가 자체의 존립이나 번영,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북한에서는 아들이나 손자뻘 밖에 되지 않은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가 천하를 떡 주무르듯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그 휘하에 있는 노련한 당·정·군의 최고위 간부들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얼마 전 리비아의 ‘카다피’, 아니 그 보다 훨씬 전인 1990년대 말 악명높던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라는 독재자가 어떻게 비참한 말로를 맞았는지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한 때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자국민들의 등골을 빨아먹던 이들 독재자들 중 한 사람은 시골의 한 마을 시궁창에서, 또 한 사람은 단두대의 형장에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자성어에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것이 있다. “반대되는 쪽이 가르치는 스승이 된다”라는 이 성어는 “반동적이고 반혁명적인 인물을 거울삼아 자신의 반동적, 반혁명적 실수나 잘못을 주여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김정은’이라는 인물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대남, 대미 망언이나 도발행태를 지금이라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하루빨리 복귀해야 할 것이다.
이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정권자체의 존망은 음양(陰陽)으로 핍박받아왔던 북한주민들의 자연스러운 반체제 봉기나 궐기로, 그리고 여기에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인해 매우 위태롭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