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우
교정학 박사
경기대 초빙교수

영광스러운 군번은 대한민국과 함께 한다 나는 아들을 해병대에 보낸 대한민국 아버지이다. 얼마 전 까지 대한민국 교도소장을 하다가 정년퇴직을 한 국민이다. 나 또한 그 당시당연히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군에 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몇 가지의 단상을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몇 십 년 전의 지난 얘기다. 이런 얘기를 하면 자칫 꼰대로 몰릴 수 있지만. 그래서 나온 말이 “꼰대가 되기 않기 위한 10계명”이 나온 모양이다.

나는 논산훈련소, 신병교육대를 거쳐 육군 불무리 사단에서 34개월 15일간 군대생활을 하였다. 나는 군에서 말단 소총수이었다. 해와 달은만날 수 없지만, 우리 불무리 사단은 해와 달이만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군에서 육체 단력과 규칙적인 생활로 몸무게가 52Kg에서 60Kg으로 튼튼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방황하던 나의 젊은 시절을 군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의 군번을 사랑하고 있다. 나의 자랑스러운 군번은 대한민국과 함께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 학생에게는 학번을, 군인에게는 군번을, 교정시설에 있는 수용자, 즉 죄수에게는 수번을 부여한다. 이세 가지 숫자 가운데 군번이 가장 자랑스럽고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 그 군번은 오늘날까지 나를 있게 해 준 행운의 번호이자 나를 지탱해준 숫자라는 의미이다. 나는 어려울 때 마다나의 군번을 되새겼다. 군대라는 곳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군 생활이 아무리 힘들고, 괴롭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는 말을 심호흡하면서 그 의미를 알아두자.

죄
나는 대학 강의를 하면서 개강 첫 날 꼭 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아는 학생은 나의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즉 사비론(四非論)이다. 이 말은 죄(罪)라는 글자이다.죄라는 단어는 허물, 형벌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을 파자하면 四非(사비)가 된다. 죄라는것은 이 네 가지를 하지 않거나 하게 되면 죄를 짓는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해석이 따른다. 죄라는 말은 기독교이든 불교이든 사용하는 말이다. “죄는 지은 데로 가고, 덕은 닦은데로 간다”는 속담도 있다.

인간은 이 세상을 살면서 죄를 짓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고관대작이든 종교인이든 사회지도층이든,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죄짓는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특히 군 생활하면서 죄짓는 일은 하지 말자. 청춘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사비는 첫째, 이해(understand)를 하지 못하면 즉 오해하게되면 살인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역지사지 입장을 먼저 이해하도록 하자. 둘째, 판단(judgement)을 잘못하면 즉 오판을 하게 되며 죄를 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셋째, 수치(shame)를 모르면 즉 무뢰한이 되면, 인간이죄를 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수치스러운 행위를 하지 않도록해야 한다. 넷째, 양보(yield)를 하지 않을 때,약자에 대한 배려를 무시하는 것도 죄를 짓는경우가 이에 속한다.

군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사비론을 가슴 속 깊이 새겨 생활한다면 과오나 실수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수형자 대상으로 특강을 할때, 꼭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특강이 끝나고수형자와의 대화시간을 가질 때이다. 수형자들 중에 진작 그 말을 알았다면 죄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신성한’군복
여기서 한 가지 덧붙여 이야기 할 것이 있다.인간으로 살면서 입지 말아야 할 옷들이 있다.

이러한 옷에는 환자복, 죄수복 등이 있다. 일정한 의무를 수행할 때 입는 의복이 우리 인간에게는 있다. 예컨대,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가운,법관이 재판 판결할 때 입는 법복, 인간의 영혼을 살리는 종교인들의 옷, 그리고 군인, 경찰,소방관, 교도관 등 제복을 입는 집단이 있다.

특히 군인이 입는 옷은 그야말로 신성한 제복이다. 그 이유에 대하여 우리나라 헌법에서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본법인헌법 전체를 보면, ‘신성한’이라는 용어는 딱한 번 들어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5조 제2항은“국군은…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유일하게 ‘신성한’으로 표현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국군의 제복은 신성한 것이다. 따라서군인은 군복을 먼저 욕되게 하지 않도록 각자유념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군과 관련된 손상된 보도를 접할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그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병들의새로운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때, 국가 구성원으로서 군복무는 아무나 할 수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의 군 생활은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 리더십의 기회를 함양할 수 있는 기본적 자질의 배움터, 도전정신과 투철한 국가관을 들 수 있다.

결코 군 생활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지금도생각하고 있다. 속된 말로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장병 여러분의 건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