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서울교대 겸임교수
본지 편집위원장seokseung333@hanmail.net

지금 북한주민들에게 있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극심한 무더위보다 더한 고통은 바로 하루 세끼 먹을 식량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열악한 식량사정이다. 여기에 덧붙여지고 있는 고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인권문제’이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6·19)한‘연례 인신매매실태보고서’에서는 북한과 리비아, 시리아, 이란, 수단, 짐바브웨 등 19개국을 인신매매국‘3등국’으로 분류하였는데, 여기서 북한은 내리 11년째 최저등급을 받았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는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권고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신매매의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그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즉, 식량과 일자리 등을 찾아 중국으로 건너간 북한 여성들이 도착 직후 강제로 마약에 취해 인신매매 되기도 하고, 강제결혼이나 매춘을 강요받는다고 한다. 일부 여성들의 경우 일자리를 구하기도 하지만, 곧 중국 남성들과 강제로 결혼하여 식모가 되거나 사창가 혹은 인터넷 성행위업소에서 매춘부로 전락한다고 하니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힐 일이다.
더욱 놀랄 일은 이런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조직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양국 국경경비대원들과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런 비인간적인 인신매매과정에서 다행스럽게 중국당국에 의해 발견되어 북한당국에 추방되면, 위로를 받기는커녕 강제노동을 비롯한 가혹한 처벌까지 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병 주고 약을 주는’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이 보고서에서는 북한 당국이 강제노동과 강제결혼, 성매매를 당하는 북한 남성, 여성, 아동들의 공급국이라면서, 특히 강제노동은 정치적 억압체제의 일부라고 소개하였다.
그 중에서도 15~20만 명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전역의‘정치범수용소’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수감자들이 하루 15시간 이상씩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식량이나 의료시설 부족, 구타나 고문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인신매매’란 사람이 같은 사람을 사고파는, 저 고대사회에서나 있었던 ‘현대판 노예제도’를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인종과 종교, 직업이나 출신성분, 빈부의 차이, 학력, 남녀의 구분 없이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권을 부여받고 있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인권은“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만인평등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이 인권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그 어떤 물리력이나 권력, 금력 등에 의해서도 침해되거나 유린되어서는 안될 가장 고귀한 권리이자, 마땅히 향유되어야 할 고유한 권리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역사의 발전과정에서는 출신성분에 따라 신분의 귀천을 규정하는 노예나 종, 머슴 등과 같은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악습이 존재하였었다. 그러나 이런 악습은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고 정신수준이 고도로 진화됨에 따라 현대사회에서는 몇몇 독재국가나 최후진사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즉, 21세기 최첨단사회가 도래하기 전까지 그나마 지구상에서 온존하였던 인종차별이나 인신매매의 대표적인 사례는 2백여 년전 미국의 남부사회에서 존속하였던 흑인노예제도와 아프리카대륙의 몇몇 최후진국에서의 노예매매, 그리고 나찌독일시대의‘유태인’에 대한 인종차별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인류발전의 토대는“만인이 평등하다”는 인권의 보편성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인권의 보장여부를 가지고 매개 국가의 민주성이나 발전상을 대변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될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인권이 국제적으로 보편성을 갖는 척도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쉬쉬”하면서 자국 국민들의 일부를 대상으로 인권을 침해하거나 기만하고 유린하는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 국무부의 보고서에서 지목한 몇몇 국가인데, 그 중에서도 북한이 최하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낯을 붉힐 만큼 창피스럽고 스스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인권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이제는 전세계에 널리 공공연하게 유포되어 있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심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때마다 북한정권은“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한 민족들과 개인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대해서도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는 이른바‘문화상대주의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의 연장전상에서“각 국가의 인권제도는 구체적 실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면서“서방의 인권제도를 모든 국가에 강요하는 것은 정치-경제적 재배권을 행사하려는 신식민주의적 지배체제를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사상적 마취제”라고 매도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정권은 인권이“본질적으로 국내관할에 속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제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국가주권에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궤변이자 억지주장인가?
특히 북한은 미국이 세계패권경쟁을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압력과 제재를 가하고 타국의 제도를 전복하기 위해 인권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이런 주장은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는, 지나가는 소도 웃을 법한 자기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마치“남의 물건을 훔친 도적이 매를 드는 것”과 같이 자기잘못과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개전(改悛)의 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을 내고 타박을 하는‘적반하장(賊反荷杖)’그 자체이다. 또한 이런 행태는 국가로서 응당 자국 국민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는 애써 외면한 채 무고한 주민들의 피와 땀을 짜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반인민적인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주민 전체가 힘을 모아 전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인권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쇠사슬을 스스로 끊고,“고통 끝 행복 시작”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야 할 때이다.